오래간만에 경제 관련 책을 읽었다. 이전까지 빌리거나 사서 읽은 경제 책들은 어딘가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책은 좀 달랐다. 아무래도 코로나 시대를 몸소 경험했고, 실제로 주식투자도 해보고 뉴스도 많이 접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현재 코로나 상황과 과거 상황을 같이 놓고 책을 보니 이해도 훨씬 잘되었고, 소장하고 싶은 책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한쪽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돈이 넘쳐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당장 먹고살 돈조차 없습니다.
2020년 코로나가 터지고 엄청난 양적완화와 함께 돈이 시중에 많이 풀려났다. 소비로 진작되어야 할 돈들이 자산시장으로 몰리면서 버블이 형성되었고, 벼락거지가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자신의 소득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했고, 현재 영끌로 빚을 낸 사람들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높은 대출 이자율을 견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팬데믹 머니, 즉 코로나 상황을 타계하고자 발행한 엄청난 양의 돈이 왜 실물경제가 아닌 자산 시장으로만 몰렸을까
이 책에서 양적 완화 시대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다름아닌 기업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연준은 금리를 0퍼센트 가깝게 낮추었고, 난생처음 회사채를 매입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그로 인해 미국 기업들은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기업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문제는 이렇게 쉽게 조달한 엄청난 양의 자금이 설비나 인력, 기술 개발 등에 투자되는 것보다 주식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싼값에 빌린 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했고 배당금을 받았다. 애플의 경우도 매년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해 소각하고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나누어준다. 자사주를 매입 후 다시 시장에 내놓으면 주식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데 아예 소각해 버림으로써 하락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유통주식수가 줄어들면 주당순이익이 오르기 때문이다.
투자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자기 회사를 겉에서 볼 때 더 좋게 만드는 화장술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 열풍이 불었고 결과적으로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결국 코로나 19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로 양적 완화를 주도했지만 돈은 결국 자산 시장에만 몰리게 된 것이다. 중앙은행들은 양적 완화로 만들어진 돈이 실제로 어디로 갔는지는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주식 열품이 불었을 때 빚투가 열풍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꼭 기업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반 개미들도 회사의 가치를 따져서 투자하기보다는 바짝 돈을 벌 수 있는 주식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금융 시스템은 마약 중독자이고 연준은 마약 거래상이 된 거에요. 그리고 마약 중독자가 금융 위기 등으로 힘들어하면 실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보다 일단 마약을 주면서 당장은 버티게 하는 것, 이것이 연준이 시행하고 있는 양적 완화의 본질입니다.
노미프린스(탐사 저널리스트, 전 골드만삭스 임원)
🫧 버블은 언제 터질까
2022년 한해는 주식시장이 곡소리 나는 한해였던 것 같다. 물론 나의 주식도...
마냥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제로 금리의 시대가 끝나고 2022년 초부터 연준의 계속되는 금리 인상 발표로 주가는 빠지기 시작했다.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 마약 중독자에게 마약을 끊어버린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자산시장이 불안정해졌고 생활 자금, 및 주택 자금으로 대출을 받은 서민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또한 영끌로 투자한 사람들은 현재 높아진 대출 금리에 허덕인다. 내 주변에서도 곡소리가 들려온다.
이렇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순간 그 파급력은 세계 경제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자 다른 나라에서도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달러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우리나라는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금리가 높은 쪽으로 돈을 넣으려고 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돈을 빼서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미국 국채나 예금에 투자하려고 할 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우리나라의 외화는 줄어들게 된다.
🧐 이전에도 양적완화는 계속해왔는데 문제가 있나?
그렇다. 2008년 금융 위기때도 당시 연준 의장 벤 버냉키는 기존 대공황 시대에 연준의 소극적인 대처를 비난하며 엄청난 양의 돈을 뿌렸다. 버냉키의 마법은 통했다. 연준이 양적 완화를 발표하고 실제 통화량을 늘릴 때마다 주가는 빠르게 반등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때는 너무 급격하게 많은 돈을 푼 것이 문제였다.
양적 완화는 2008년이나 2020년이나 똑같은데 문제는 규모와 속도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6년에 걸쳐 약 4조 달러를 뿌렸는데, 이번에는 단 석 달 동안 3조 달러를 뿌렸습니다.
박종훈 KBS 경제전문기자
2019년이 2008년에 풀어진 돈이 거의 회수가 되고 안정될 시기였는데 2020년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다시 한번 자산 시장에 큰 버블이 형성이 된 것이다.
🤔 금리를 올린 현재 우리나라는 어떤가
2022년부터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갔다. 풀어진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는 게 맞다. 하지만 빠르게 올라간 금리는 자산 시장의 불안정성과 생활 자금으로 대출받은 서민들의 허리띠를 더 졸라매게 했다. 풀린 돈이 많아 점점 돈의 가치는 떨어져 가는데 이전에 빚내서 사놓은 자산 가격도 떨어진다. 또한, 빚내서 투자한 경우 대출 이자도 높아진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우리나라만 안 올릴수도 없다. 미국이야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될 수 있지만 늘 피를 보는 것은 신흥국들이다.
이렇게 돈을 벌어서 빚을 갚는데만 쓴다면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으니 경제가 살아나질 않게 된다. 이는 다시 소득 감소와 채무 부담 증가, 자산 가치 하락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가져오는데 이를 대차대조표 불황이라고 한다.
🙂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제러미 리프킨 미래학자가 쓰신 글이 인상 깊었다.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의 원인이 화석연료 문명 때문이라고 말한다. 화석 연료의 사용과 이산화탄소 배출로 기후변화가 왔고 이러한 기후변화는 야생동물들의 이주를 가속화시켰다. 이로 인해 인류 문명에 점점 바이러스가 가까워졌고 바이러스는 야생동물 대신 인간을 숙주로 삼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친환경이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하루빨리 변화하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방향이다. 이제부터는 진보의 시대가 아닌 회복의 시대를 거쳐야 한다. 우리는 여태까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찬란한 문명과 빠른 기술 속도를 맛볼 수 있었지만, 정작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올스탑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효율성을 추구했던 중앙 집권 시스템 조차 처음에 마스크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었다. 마스크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주일에 2개를 그것도 요일지정으로 샀던 시절이 생각난다. 따라서 응급 상황이 왔을 때 대처할 수 있도록 중앙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다각화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세계화와 지역화는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글로컬(global + local) 하게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코로나가 터질 때 대학교 4학년 막학기를 앞두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메르스나 사스처럼 우리나라는 별 문제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학교도 문을 닫고 온라인 강의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그때 오히려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가 어떤 걸 더 좋아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냥 다들 과에 맞추어서 남들이 준비하는 은행이나 금융권을 조금씩 준비나 해볼까 하고 있던 찰나에 코딩이라는 분야를 접하게 되었고 적성에 잘 맞아서 현재 데이터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나에겐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냥 도서관에서 다른 책 빌리면서 눈에 들어오길래 빌린 책이었는데 오래간만에 쉽고 재밌게 읽었던 경제 책이라 꼭 글을 남겨서 기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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